octxx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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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 김민준

About

MinJun Kim / octxxiii

안녕하세요.

지금은 소프트웨어를 만듭니다. 그 전에는 조선소에서 일했고, 맥주를 만들었습니다.

일은 달랐지만, 계속 무언가를 만들고 고치며 지냈습니다. 이 페이지는 그때의 일들을 사진과 짧은 글로 남겨둔 개인 기록입니다. 완성된 소개보다는, 제가 지나온 시간에 가깝습니다.

조선소 현장에서의 기록

조선소 · 20대 초반

조선소

철판, 용접 연기, 크레인 소리. 예전에는 조선소에서 일했다. 하루가 몸으로 시작해서 몸으로 끝나던 때였다. 멋있게 말하면 거대한 배를 만드는 일이지만, 실제로는 덥고 시끄럽고 위험한 현장에서 계속 움직이는 일이었다. 속도도 중요했고, 안전도 중요했다. 둘 중 하나만 챙기면 되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에서는 “나만 잘하면 되지”가 잘 통하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옆사람이 놓치면 위험했고, 반대로 내가 대충 넘긴 작은 일이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도 있었다. 배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었다. 누군가는 자르고, 누군가는 붙이고, 누군가는 옮기고, 누군가는 확인했다. 각자 하는 일은 작아 보여도 하나라도 삐끗하면 전체가 흔들렸다. 그때부터 작은 일도 쉽게 넘기지 않게 됐다. 내가 맡은 건 내가 제대로 보기. 그 정도가 그곳에서 남은 감각이다.

양조 작업

브루잉 · 20대 중 후반

브루어리

맥주를 만든 적도 있다. 레시피를 고르고, 보리를 갈고, 온도를 맞추고, 시간을 재고, 효모 상태를 보고, 홉을 언제 넣을지 고민했다. 말로 하면 그럴듯한데, 실제로는 계속 닦고, 재고, 기다리는 일이었다. 망하면 다시 했다. 그게 전부였다. 위생은 매일 지켜야 했고, 효모는 생각보다 예민했다. 온도 조금, 시간 조금, 재료 상태 조금에 맛이 달라졌다. 맥주는 시간이 걸린다. 한 번 지나간 배치는 쉽게 되돌릴 수 없다. 독일 맥주는 재료가 화려하지 않았다. 홉, 맥아, 효모. 정해진 재료 안에서 맛을 만들어야 했다. 선택지가 적으니까 오히려 더 많이 따지게 됐다. 이 맛이 맞나. 이 향이 맞나. 이게 너무 튀지는 않나. 끝맛이 괜찮나. 브루어리 안에서는 우리끼리 꽤 진지했다. 한 잔을 두고 별 얘기를 다 했다. 그런데 밖에서 사람들이 우리가 만든 맥주를 마시는 걸 보면 조금 이상했다. 우리는 안에서 그렇게 따지고 고쳤는데, 누군가한테는 그냥 하루 끝에 마시는 한 잔이었다. 그게 좋았다. 우리가 복잡하게 만든 것이, 누군가에게는 그냥 편하게 마시는 한 잔으로 남는다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개발 작업 환경

소프트웨어 · 지금

지금, 만드는 일

지금은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조선소에서 철판을 다루고, 브루어리에서 맥주를 만들던 일과 완전히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상하게 닮은 구석은 있다. 처음부터 딱 맞는 건 별로 없다. 만들어보고, 고쳐보고, 다시 보고, 또 고친다. 화면 하나를 만들 때도 그렇다. 버튼 위치를 정하고, 문구를 고르고, 입력값이 이상할 때 어떻게 처리할지 보고, 사용자가 어디서 헷갈릴지 생각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것 아닌 일들이 많다. 에러 메시지 하나 바꾸는 일. 불필요한 클릭을 하나 줄이는 일. 대충 넘어가도 당장은 티가 안 나는 부분을 한 번 더 보는 일.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것들이 계속 신경 쓰인다. 잘 만든 것은 요란하지 않다. 그냥 제자리에 있고, 필요할 때 작동하고, 사용자가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그런 게 좋다. 내 좌우명은 이거다. 내가 열심히 한 일은 남이 몰라도 내가 안다. 거창한 말은 아니다. 그냥 내가 대충 했는지 아닌지는 내가 제일 잘 안다는 뜻이다. 조선소에서도 그랬고, 브루어리에서도 그랬고, 지금도 비슷하다. 내 손을 거친 건 결국 내가 안다. 그래서 오늘도 만든다. 보고, 고치고, 다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