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 MUSIC
오늘 있었던 일을 밀어내요. 나한테.
헤어짐은 사랑의 끝인가?
이 플레이리스트는 영화 《헤어질 결심》 속, 내가 가장 따뜻하다고 느낀 장면으로 시작한다.
서래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해준을 재워주기 위해 찾아온다. 두 사람은 도입부에 담긴 대화를 나누고, 해준은 서래의 곁에서 잠이 든다. 잠 못 들고 뒤척이는 사람의 옆에 앉아, 그가 마침내 잠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 그것은 말하자면 “당신의 가장 연약한 순간을 내가 지켜줄게요”에 가까운 행위다. 나는 그 장면에서 사랑을 느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랑 노래로 채운 이 플레이리스트는 소설 《무진기행》의 한 구절에서 시작됐다. 주인공 희중이 사랑을 담은 편지를 쓰고, 결국 그것을 찢어버리며 일종의 ‘헤어질 결심’을 하는 장면. 나는 이별을 떠올리며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막상 남은 것은 행복했던 순간들을 더듬는 사랑 노래들이었다.
마지막 곡의 가사처럼, 내가 바란 것은 영원도 아니고 완벽한 끝도 아니었다.
“아마도 우린 오래, 아주 오래 함께할 거야.”
그저 오래였으면 했다. 하지만 사랑도, 우리도, 노래처럼 결국 클라이맥스를 지나 천천히 끝에 가 닿는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살인 혐의로 조사를 받던 서래를 곁에 두고 잠이 들다니. 해준은 서래를 얼마나 믿었던 것일까. 아니, 얼마나 믿고 싶었던 것일까.
← 목록으로2026년 5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