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LIST / MUSIC
밴드를 찾아서
MTV를 아시나요?
편의점 하나 없던 바닷마을에서, 저는 친구들도 좋아했지만 TV와 컴퓨터를 더 자주 끼고 살았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MTV를 보고, 마음에 드는 노래가 있으면 어떻게든 찾아서 모아두는 게 취미인 이상한 아이였습니다.
그렇게 이것저것 주워듣다 보니 시내에 나갈 때마다 꼭 발걸음이 멈추는 곳이 생겼습니다. 음반 가게였습니다.
수줍던 열네 살의 저는 늘 밖에서만 그곳을 구경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없는 용기를 내어 불쑥 가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음반을 들어보다가 너바나의 《From the Muddy Banks of the Wishkah》와 존 레논의 《John Lennon/Plastic Ono Band》를 골랐습니다.
작은 봉투에 덜렁 담긴 두 장의 음반. 그걸 손에 쥐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저는 혼자 싱글벙글 웃었습니다.
그게 제 인생 첫 음반 구매기입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아버지가 쓰던 전축에 음반을 걸었습니다. 용돈을 모아 샀던 소니 헤드폰을 끼고, 가사도 제대로 모르면서 매일 밤 수많은 밴드 음악을 듣고 흥얼거렸습니다. 무슨 말인지 다 알지는 못했지만, 그 소리들이 어딘가로 저를 데려가고 있다는 것만은 알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밴드 음악의 시대가 저물고 힙합 음악이 유행할 때는 내심 섭섭했습니다. 입이 삐죽 나와서는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밴드의 시대는 다시 온다.” “밴드가 입을 것 같은 옷을 만들고 싶다.” “음악캠프 덜렁 사건만 없었어도!”
그렇게 거의 20년째 밴드, 밴드, 밴드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정말 밴드의 시대가 다시 돌아온 건가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밴드 이야기가 들립니다. 이런 밴드, 저런 밴드의 이름이 자꾸 들려오는 요즘이 저는 꽤 즐겁습니다.
현실에서는 이상한 노래를 듣는 사람 취급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세상 어딘가에는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사운드클라우드를 시작했습니다. 밴드 음악만 좋아하는 건 아니다 보니, 지난 6년 동안 이런저런 플레이리스트를 참 많이도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밴드를 찾아서 만들어볼까?
그 순간 마음이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지금도 그 시리즈를 만들 때면 너무 즐겁습니다. 사실 한국 밴드를 잘 몰라서 시작한 시리즈인데도요.
잡설이 길었습니다.
그래서 또, 저 혼자 신나서 시작합니다.
〈세상 모든 밴드를 찾아서〉를 말이에요.
2024년 6월 24일 ~